어느 목사의 사과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교권과 강단의 권위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제 마지막 남은 헌신과 희생조차도 찾기 힘든 어려운 현실 속에서 한 목회자의 양심 고백을 통해 다시한번 목자된 자들이 주앞에 무릎꿇기를 간절히 바라며 오래전 본보 앞으로 전해져 온 본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여러분이 어떤 교단, 어떤 교회에 소속되었든지 상관없습니다. 오늘 저는 한국교회 목사 가운데 한 사람으로써 교회의 장로요, 집사요 성도인 여러분에게 마음을 다해 사과하고 싶습니다.
하루하루 분주하고 바쁜 무한 경쟁 세계 속에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시간도 쪼개고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면서 일하지만 그러면서도 매주일 교회에 나와서 온갖 수고와 헌신을 다하는데 목사라는 직분만 취하고 여러분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 어떤 고민, 어떤 희생을 치루고 성전에 올라오는지 미처 헤아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으며 차량을 운행하고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고 이웃을 위한 봉사에 참여하면서도 자신의 재물로 부족하고 못한 사람을 목회자라고 섬기며 이런 저런 선물까지 챙겨줄 때 대접받는 것에 익숙해 당연하듯 넙죽넙죽 받았던 못난 행동들을 기억하며 너무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작은 교회, 어렵고 힘든 교회를 여러분이 눈물로 지켜 왔음에도 좀 더 큰 교회, 좀 더 인정받는 교회를 기웃거리지 않았는지 자신을 돌아보며 회개하고 반성합니다.
정말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잘 준비되지 못한 설교가 삶의 시련 가운데서 용기를 얻기 위해 기대하고 성전에 올라온 성도들에게 얼마나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시간인지 미처 깨닫지 못하고 내 삶의 깊은 묵상과 피나는 노력으로 영혼의 밥상을 차리지 못하고 건성으로 준비해서 생각 없이 내 놓았던 것들을 반성하고 미안합니다.
목사가 목사답지 못해서 미안하고, 여러분이 목사의 향기를 기대하고 다가왔을 때 인간적인 말들로 여러분들을 실망시켜서 미안합니다.
그러려면 목사를 하지말지 “목사는 사람 아니냐?”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을 변명하며 우기던 것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신문지상에 가끔씩 잊을만하면 나오고, 잊을만하면 나와서 일반인들에게서도 벌어지지 않은 흉악범들 가운데 이름을 올려서 정말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가장 신앙적이어야 할 사람들인 목사들이 가장 세상적이고 정치적인 일에 너무 관심을 가져서 미안합니다.
신성하고 깨끗해야 할 설교단을 정치적 발언이나하고, 혈연, 지연, 학연적인 발언이나 해대면서 교인들을 편 가르기 해서 미안합니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이런저런 온갖 흉한 사고를 친 목사들이 버젓이 강단을 움켜지고 권력을 휘둘러도 침묵으로 일관하여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낙심시켜서 미안합니다.
지식이 부족하면 연구라도 많이 하고 독서라도 넉넉히 해서 성경을 물어 올 때 이해 할 만하게 대답해 주고,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지 않고 무조건 믿기만 하라고 억지를 써서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철밥통처럼 자리를 붙들고 종신목사, 심지어 자식에게까지 물러주려고 세습까지 시도하려고 해서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목사이면서도 검사인 것처럼 옳고 그름, 맞고 틀림으로만 판단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아파서 찾아온 사람들을 예수님처럼 치유하지 못하고 위로와 격려보다는 지적과 평가로 바리새인들처럼 대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이런저런 목사들의 못난 모습에 상처받고 낙심했을 여러분께 한국교회의 목사 가운데 한 사람으로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염치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여러분을 사랑하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싶은 목사라는 것을 알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좀 더 성숙한 목사가 되어서 하나님과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교회의 지도자가 되겠습니다.
간혹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부족한 여러분의 목사를 위해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미안합니다.